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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 위의 풍경] 스페인 시골마을의 커피 한 잔

길 위의 갈증이 향기로 변하는 순간아침 6시 반, 아직 하늘은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지만 이미 첫 발걸음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부르고스에서 나와 몇 시간을 걸었을까, 발 아래 자갈이 서걱이며 작은 먼지 구름을 만든다. 가방 속 물통의 물은 미지근해지고, 햇볕은 점점 각도를 높이며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그럴 때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상상 속 향기가 있다. 바로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의 향. 까미노를 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다시 걷게 만드는 연료이자 위로라는 사실을.스페인 시골마을의 바(bar)는 순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 지점’이 된다. 표지판에 마을 이름과 거리 수치가 나타날 때,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피로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8.15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오래된 꿈을 다시 찾기 위해

낯선 입구, 오래된 꿈의 호출아침 공기는 아직 서늘하고, 산등성이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흘러내립니다. 하루가 막 열리는 순간, 발밑의 흙길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선 작은 떨림이 일어납니다. 까미노의 어느 구간이든, 처음 발을 내디딜 때의 그 ‘문턱’ 같은 감각은 늘 찾아옵니다.순례자들은 종종 말합니다. “나는 어쩌면 까미노를 걷기 전부터 이미 그 길 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말에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래전 잊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부르러 가는 듯한 긴장감. 우리가 이 길에 발을 디딜 때, 그 문턱은 ‘출발점’이 아니라 ‘오래된 꿈의 입구’에 가깝습니다.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길을 시작하던 한 순례자는 배낭을 메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까미노 길 위의 풍경] 메세타를 걷다 – 고요함과 바람의 끝없는 풍경

메세타란 무엇인가메세타(Meseta)는 스페인 중부 고원 지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까미노 데 프란세스에서 부르고스와 레온 사이, 약 220km에 걸쳐 펼쳐진 평원으로, 고도는 평균 800m 안팎. 농경지가 대부분이며, 하늘과 들판,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흙길 외에는 특별한 지형 변화가 없습니다.나무가 드물어 그늘이 거의 없고, 여름에는 강한 햇볕이,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이 길을 지배합니다. 어떤 순례자는 이 단조로운 구간을 ‘걸을 가치가 없는 지루한 길’이라며 건너뛰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바로 이 메세타를 ‘진짜 까미노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부릅니다.“첫 번째 순례에서는 메세타를 피했어요. 두 번째 순례에서는 걸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곳이야말로 길의 본질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걸..

카테고리 없음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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