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넘는다는 것의 의미까미노의 길에는 수많은 고개들이 있습니다. 작은 언덕도 있고, 피레네처럼 거대한 산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순례자들에게 고개를 넘는 경험은 단순히 지형을 통과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지고 있던 무게를 시험하고, 그 끝에서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는 과정입니다.저 역시 수차례 고개를 넘으면서 깨달았습니다. 고개란 늘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땀으로 얼룩진 셔츠가 등을 파고들 때, 다리에 근육통이 차오를 때, 마음속에서는 “언제쯤 끝날까”라는 조바심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고개를 넘는다는 건 곧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오르막의 시작 – 무거운 발걸음, 그리고 침묵순례자들이 고개에 다가서면 누구나 말수가 줄어듭니다. 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