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하루 5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알베르게를 나설 때의 풍경

– 새로운 하루를 여는 문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알베르게의 문이 열리기 전, 실내는 고요하다. 침대 위에서 부스럭거리며 배낭을 정리하는 소리, 끈을 조이는 소리, 플라스틱 봉지의 바스락거림이 새벽의 음악처럼 들린다. 누구는 여전히 졸린 눈으로, 또 누구는 이미 설레는 표정으로 준비를 마친다. 이 모든 긴장과 설렘은 한 문을 나서며 터져 나온다. 알베르게 문을 나서는 순간,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오늘의 내가 시작된다. 문을 여는 순간, 맞이하는 공기 차가운 새벽 공기가 순례자의 뺨을 스친다. 어떤 날은 촉촉한 이슬 냄새가, 어떤 날은 먼지 섞인 흙내음이, 또 어떤 날은 갓 구운 빵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그 순간은 ‘다시 태어남’의 은유와도 같다. 밤새 눌러 두었던 감정과 피로가 사라지고, 발..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까미노 길 위의 풍경] 팜플로나 – 투우의 도시, 순례자도 머무는 곳

― 전통과 열기, 그리고 조용한 걸음이 만나는 교차로 도시가 바뀌었다, 내 리듬도 잠시 멈췄다몇 날 며칠을 들판과 산길만 걷다가갑자기 ‘도시’라는 풍경을 마주하면 마음이 어색해진다.팜플로나에 도착한 날도 그랬다.좁은 골목길 대신 아스팔트와 자동차 소리,자연의 냄새 대신 커피와 구운 고기의 향.그러나 동시에,이 도시에는 길 위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묘한 열기가 있었다.“팜플로나에 도착했구나.”한참을 걷고 나서야나는 이곳이 단순한 중간 기착지가 아니라,**‘멈춤을 허락하는 도시’**임을 깨달았다.투우와 순례의 교차점, 팜플로나팜플로나는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전 세계적으로는 **‘산 페르민 축제(투우 축제)’**로 가장 유명하다.축제 때면 수천 명이 모이고,거리엔 하얀 옷과 붉은 스카프가..

카테고리 없음 2025.08.05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 ⑲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셀프케어의 길 — 아무도 챙겨주지 않을 나를, 내가 돌보는 법을 배우는 길 “괜찮아?” 그 말, 누구에게 했는가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의 안부에 익숙해진다.“괜찮아?” “많이 힘들었지?”그 따뜻한 말들은 늘 누군가를 향하지만,그 ‘누군가’에 나 자신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까미노를 걷는 어느 날,비 오는 들판 한가운데서 나는 멈춰 섰다.그리고 문득 생각했다.“나는 나에게 이 질문을 해본 적이 있었나?”그날부터, 나의 순례는세상의 기대와 역할에서 벗어나오직 나를 위한 ‘셀프케어’의 시간이 되었다. 길 위의 셀프케어 — 걷기, 쉬기, 먹기, 기록하기까미노 위에서의 하루는 단순하다.걷고, 쉬고, 먹고, 자고.그리고 틈틈이, 기록한다.도시에선 ‘해야 할 일’에 쫓기며쉬..

카테고리 없음 2025.08.04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새벽을 깨우는 발자국 – 이른 아침 출발 풍경

감정이 시작된 순간아직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 다섯 시.알베르게 안은 조용한 긴장감으로 감돌고,누군가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고,누군가는 작은 헤드랜턴을 켠다.그 발소리는 무언의 인사처럼 부드럽고침묵 속에 오히려 서로의 마음이 더 가까워진다.순례자의 하루는 세상이 깨어나기 전,먼저 걷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고,달빛은 물러갔지만 태양은 아직 오지 않았다.깜깜한 길 위에 오직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만 흐른다.등 뒤에서 비치는 붉은 빛.어깨 위에 무겁게 얹힌 배낭의 끈 소리.그리고 맞은편에서 스쳐 지나가는 조용한 인사."부엔 까미노."단 한 마디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정의 흐름 → 사색과 회상왜 사람들은 이토록 이른 새벽에 걷는 걸까.수면이 부족해 피곤한 몸..

카테고리 없음 2025.07.17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알베르게의 하루 – 순례자의 집에서 펼쳐지는 일상

알베르게 : 숙박시설의 한 종류로, 약 800km에 이르는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마을 곳곳에 위치해 있는 숙박시설로, 순례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한다.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에게 ‘알베르게(Albergue)’는 단순한 숙소가 아닙니다.그곳은 걷기의 하루가 끝나는 쉼터이자, 낯선 이들과 삶을 나누는 작은 공동체입니다.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서로의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오가는 그 공간.알베르게의 하루는 까미노에서 가장 ‘인간적인’ 시간이 흐르는 곳입니다. 알베르게란 무엇인가?항목설명의미순례자 전용 숙소. ‘호스텔’과 비슷하지만 공동체적 의미가 더 큼유형공립 알베르게, 사립 알베르게, 수도원 알베르게, 개인 운영 숙소 등비용평균 8..

카테고리 없음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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