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하루를 여는 문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알베르게의 문이 열리기 전, 실내는 고요하다. 침대 위에서 부스럭거리며 배낭을 정리하는 소리, 끈을 조이는 소리, 플라스틱 봉지의 바스락거림이 새벽의 음악처럼 들린다. 누구는 여전히 졸린 눈으로, 또 누구는 이미 설레는 표정으로 준비를 마친다. 이 모든 긴장과 설렘은 한 문을 나서며 터져 나온다. 알베르게 문을 나서는 순간,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오늘의 내가 시작된다. 문을 여는 순간, 맞이하는 공기 차가운 새벽 공기가 순례자의 뺨을 스친다. 어떤 날은 촉촉한 이슬 냄새가, 어떤 날은 먼지 섞인 흙내음이, 또 어떤 날은 갓 구운 빵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그 순간은 ‘다시 태어남’의 은유와도 같다. 밤새 눌러 두었던 감정과 피로가 사라지고,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