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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 위의 풍경] 새벽을 깨우는 발자국 – 이른 아침 출발 풍경

joyskim 2025. 7. 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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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시작된 순간

아직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 다섯 시.
알베르게 안은 조용한 긴장감으로 감돌고,
누군가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고,
누군가는 작은 헤드랜턴을 켠다.

그 발소리는 무언의 인사처럼 부드럽고
침묵 속에 오히려 서로의 마음이 더 가까워진다.

순례자의 하루는 세상이 깨어나기 전,
먼저 걷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고,
달빛은 물러갔지만 태양은 아직 오지 않았다.
깜깜한 길 위에 오직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만 흐른다.

등 뒤에서 비치는 붉은 빛.
어깨 위에 무겁게 얹힌 배낭의 끈 소리.
그리고 맞은편에서 스쳐 지나가는 조용한 인사.

"부엔 까미노."
단 한 마디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정의 흐름 → 사색과 회상

왜 사람들은 이토록 이른 새벽에 걷는 걸까.
수면이 부족해 피곤한 몸인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그저 길 위를 향해 나아간다.

조용히 걷다 보면,
하늘이 아주 천천히 밝아온다.
새들의 첫 울음소리가 들리고
안개 속 마을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변화는 마치 내 마음 안의
무겁고 뒤엉켰던 것들이
하나씩 풀리는 과정과 닮아 있다.

 

내면의 울림, 그리고 당신에게 묻습니다. 

매일 아침 이 길을 걷는 이유는
빨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이른 아침의 고요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아주 조용한 새벽을 걷던 기억은 언제인가요?
그 고요한 순간, 당신은 무엇을 떠올렸나요?

 

 

잠든 마을을 깨우는 건  
울리는 종소리도  
새벽의 종이도 아니었다  

그건 아주 작은  
발자국 소리였다  

가방 끈이 어깨에 눌리고  
걷는 리듬이 숨결과 엉키며  
길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 말 없는 고요 속  
멀어지는 발소리에  
나는 나지막이 인사를 건넸다  

부엔 까미노  
오늘도 길 위에 당신의 하루가 시작되기를  

별빛 아래 걷는 이들의 등이  
빛보다 먼저 앞서가고  
그 뒷모습엔 어제의 피로와 내일의 결심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 길은 정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히 묻는 법을 알려주었다  

왜 걷는가?  
무엇을 놓고 왔는가?  
무엇을 향해 가는가?  

그리고  
이 고요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가?  
새벽을 깨우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