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이야기 3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스페인 시골마을의 커피 한 잔

길 위의 갈증이 향기로 변하는 순간아침 6시 반, 아직 하늘은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지만 이미 첫 발걸음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부르고스에서 나와 몇 시간을 걸었을까, 발 아래 자갈이 서걱이며 작은 먼지 구름을 만든다. 가방 속 물통의 물은 미지근해지고, 햇볕은 점점 각도를 높이며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그럴 때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상상 속 향기가 있다. 바로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의 향. 까미노를 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다시 걷게 만드는 연료이자 위로라는 사실을.스페인 시골마을의 바(bar)는 순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 지점’이 된다. 표지판에 마을 이름과 거리 수치가 나타날 때,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피로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8.15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오래된 꿈을 다시 찾기 위해

낯선 입구, 오래된 꿈의 호출아침 공기는 아직 서늘하고, 산등성이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흘러내립니다. 하루가 막 열리는 순간, 발밑의 흙길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선 작은 떨림이 일어납니다. 까미노의 어느 구간이든, 처음 발을 내디딜 때의 그 ‘문턱’ 같은 감각은 늘 찾아옵니다.순례자들은 종종 말합니다. “나는 어쩌면 까미노를 걷기 전부터 이미 그 길 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말에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래전 잊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부르러 가는 듯한 긴장감. 우리가 이 길에 발을 디딜 때, 그 문턱은 ‘출발점’이 아니라 ‘오래된 꿈의 입구’에 가깝습니다.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길을 시작하던 한 순례자는 배낭을 메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14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가슴 속 깊은 죄책감을 씻기 위해 – “끝없는 길 위의 고해성사” 씻기지 않는 마음의 얼룩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한 조각이 있습니다.그것이 크든 작든, 때로는 그저 “그럴 수 있었던 일”일 뿐인데,우리는 스스로를 가차 없이 심판합니다.어느 날, 지인의 한마디가 오래전 사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무심코 지나쳤던 사람의 눈빛, 나의 선택으로 상처받았을지도 모를 누군가,그리고 그때 하지 못한 사과.그것들은 세월 속에서 잊히는 대신, 서서히 더 짙어진 얼룩이 되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눌렀습니다.그래서 저는 까미노를 떠올렸습니다.끝없이 걷는 동안, 발걸음마다 묵직한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그리고 혹시, 그 길 위에서 용서를 구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죄책감과 길 – 무게를 ..

카테고리 없음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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