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이야기 5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 어릴 적 바람을 되살리는 여정 "

프롤로그 – 사라진 바람을 찾아서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바람을 품고 산다. 소박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그 바람은 우리를 앞으로 달리게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그 바람을 잊는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체면과 책임을 위해. 결국 언젠가 돌이켜보면, 가장 순수했던 나의 바람은 사라진 듯 보인다.그러나 까미노의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 바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아(56, 독일) – 바람개비를 든 소녀마리아는 소녀 시절 시골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들고 달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 가정의 무게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이 독립한 뒤에도 공허함만 남았다.“나는 누구였을까?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까미노에서 바..

카테고리 없음 2025.09.01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나에게 스스로 주는 가장 긴 선물"

프롤로그 –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이란 현대인의 삶은 늘 남을 위해서 돌아간다. 가족, 직장, 사회, 그리고 비교 속에서 자기 자신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까미노는 우리에게 묻는다.“마지막으로 당신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 게 언제입니까?”이 길은 가장 오래 걸리는, 그러나 가장 값진 선물이다. 잊혀진 ‘나’를 다시 부르는 길 사람들은 일 속에 파묻혀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고통이나 시련을 겪을 땐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잊는다. 하지만 극복 이후에는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선물을 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까미노의 길 위에서는 ‘평범한 나’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닫는다.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가라파엘(42, 스페인)“20년간 가족을 위해 일만 했어요. ..

카테고리 없음 2025.08.29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미래를 그리기 위한 여백 만들기

미래는 빈 공간에서 자란다 까미노의 길을 걷다 보면, 미래에 대한 계획은 놀랍게도 더 또렷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속의 복잡한 그림이 지워지고, 백지의 공간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를 그리려면 목표와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까미노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준다. 미래는 여백에서 싹트고, 그 여백은 오직 비움 속에서만 생겨난다. 걸음 속에서 떠오르는 물음표 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렇게 말한다.“나는 이 길에서 인생 계획을 다시 쓰려 했는데, 결국 답 대신 질문만 얻었어요.”“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엇을 더는 하고 싶지 않은지는 알게 되었어요.”메세타의 끝없는 평원 위에서, 사람은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종종 “어떻게 살아..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기억을 정리하고 떠나 보내는 시간

걷는 동안 떠오르는 얼굴들, 말없이 흘려보내는 의식, 그리고 남겨지는 새로운 나에 대하여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오래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 --> 기억을 정리한다는 것의 의미 까미노를 걷기 전, 내 배낭에는 옷과 세면도구, 상비약만 들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길 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진짜 무게는 배낭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떠나오며 굳게 다문 말, 끝내 전하지 못한 안부, 뒤늦게 이해한 표정들이 발걸음마다 되살아났다. 기억은 예상보다 끈질겼고, 동시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냥했다. 잊으려 할수록 달아나던 것들이, 걸음의 리듬 속에서는 조용히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자고 손짓했다. ‘기억을 정리한다’는 말은 때로 잊어버리겠다는 의지처럼 들린다. 그러나 까미노가 알..

카테고리 없음 2025.08.22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빚진 삶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까미노, 내가 나에게 용서하는 길 멈추지 못했던 이유들“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마음속에 문득 떠오른 이 말 한마디.누구에게도 빚을 졌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무언가에 빚지고 있다고 느끼며 살았다.부모에게, 사회에게, 실패한 과거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하루하루를 채무자처럼 살아내는 일상.그건 단지 통장의 잔고 때문만은 아니었다.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죄책감, 미루어둔 감정의 청구서…그 모든 것이 마음의 빚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그리고, 까미노가 떠올랐다. 까미노는 ‘도망’이 아닌 ‘내려놓음’이다많은 이들이 순례길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세상을 등지고, 나를 되찾기 위해서다.하지만 내게 까미노는 ‘회피’가 아니었다. 오히려 ‘..

카테고리 없음 2025.08.0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