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손의 아침과 첫 발걸음 오리손 알베르게의 아침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좁은 도미토리 안에서 알람 소리가 여기저기 울리고,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창밖으로는 차가운 산바람이 스며든다. 전날 저녁의 시끌벅적한 저녁식사와 건배의 여운은 사라지고, 이제는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짐을 꾸린다.오늘 하루는 프랑스 길 전체에서 가장 험난하고도 상징적인 날 ―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땅에 들어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배낭을 어깨에 걸치는 순간, 어제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단지 10킬로그램 남짓의 짐인데, 오늘은 그 무게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긴 하루에 대한 두려움, 날씨에 대한 불안, 체력에 대한 의문이 모두 짐의 무게에 더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이 길 위에서는 누구도 그 무게를 대신 들어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