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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 위의 풍경] 순례자의 배낭 – 꼭 필요한 것만 담는 삶

무거운 시작까미노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배낭을 무겁게 메고 출발한다. 나 역시 그랬다. 혹시나 해서 챙겨 넣은 옷가지,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넣어둔 약품, 읽지 않을지도 모르는 책까지. 출발선에서 배낭의 무게는 기대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자 나는 깨달았다.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불안이었다는 것을. 길이 알려주는 배움 며칠을 걷다 보면 순례자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경험을 한다. 배낭 속을 열어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 알베르게에 두고 간다. 그 과정은 단순한 짐 덜기가 아니다. 내 마음속 불필요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이다.프랑스에서 온 한 순례자가 내게 말했다.“첫 주는 무게에 짓눌렸고, 둘째 주는 버림을 배웠어요. 그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기억을 정리하고 떠나 보내는 시간

걷는 동안 떠오르는 얼굴들, 말없이 흘려보내는 의식, 그리고 남겨지는 새로운 나에 대하여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오래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 --> 기억을 정리한다는 것의 의미 까미노를 걷기 전, 내 배낭에는 옷과 세면도구, 상비약만 들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길 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진짜 무게는 배낭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떠나오며 굳게 다문 말, 끝내 전하지 못한 안부, 뒤늦게 이해한 표정들이 발걸음마다 되살아났다. 기억은 예상보다 끈질겼고, 동시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냥했다. 잊으려 할수록 달아나던 것들이, 걸음의 리듬 속에서는 조용히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자고 손짓했다. ‘기억을 정리한다’는 말은 때로 잊어버리겠다는 의지처럼 들린다. 그러나 까미노가 알..

카테고리 없음 2025.08.22

[까미노 길 위의 풍경] “고개를 넘는 순간 보이는 넓은 벌판 – 놀라움의 연속”

고개를 넘는다는 것의 의미까미노의 길에는 수많은 고개들이 있습니다. 작은 언덕도 있고, 피레네처럼 거대한 산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순례자들에게 고개를 넘는 경험은 단순히 지형을 통과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지고 있던 무게를 시험하고, 그 끝에서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는 과정입니다.저 역시 수차례 고개를 넘으면서 깨달았습니다. 고개란 늘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땀으로 얼룩진 셔츠가 등을 파고들 때, 다리에 근육통이 차오를 때, 마음속에서는 “언제쯤 끝날까”라는 조바심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고개를 넘는다는 건 곧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오르막의 시작 – 무거운 발걸음, 그리고 침묵순례자들이 고개에 다가서면 누구나 말수가 줄어듭니다. 서로 ..

카테고리 없음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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