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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식탁 – 물과 와인 사이에서

프롤로그 – 길 위의 하루는 식탁에서 완성된다 까미노의 하루는 걷는 데서 시작하지만, 결국 식탁에서 완성된다. 순례자들은 해가 뜨기 전 길을 떠나, 메세타의 바람과 산길의 오르막을 지나며 땀을 쏟는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마을 식당, 알베르게의 공동 테이블, 혹은 작은 바의 한 구석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지친 얼굴이지만, 테이블 위의 빵과 와인, 그리고 함께 둘러앉은 동료 순례자들의 웃음 속에서 하루의 무게가 풀린다. 식탁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위로와 교감,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물과 와인 – 낯선 문화의 충격 한국 순례자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풍경은 바로 물값과 와인값의 역전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무료로 제공되는 물이 스페인에서는 유료다. 반대로 와인은 무료로 제공되거나 아주 저렴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30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나에게 스스로 주는 가장 긴 선물"

프롤로그 –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이란 현대인의 삶은 늘 남을 위해서 돌아간다. 가족, 직장, 사회, 그리고 비교 속에서 자기 자신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까미노는 우리에게 묻는다.“마지막으로 당신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 게 언제입니까?”이 길은 가장 오래 걸리는, 그러나 가장 값진 선물이다. 잊혀진 ‘나’를 다시 부르는 길 사람들은 일 속에 파묻혀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고통이나 시련을 겪을 땐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잊는다. 하지만 극복 이후에는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선물을 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까미노의 길 위에서는 ‘평범한 나’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닫는다.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가라파엘(42, 스페인)“20년간 가족을 위해 일만 했어요. ..

카테고리 없음 2025.08.29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짐 운송 서비스 – 동키서비스

프롤로그 – 배낭의 무게, 마음의 무게 처음 까미노를 나설 때 우리는 다짐한다. “끝까지 내 배낭은 내가 멜 거야.” 하지만 열흘, 스무 날이 지나면 10kg 남짓의 배낭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어깨와 무릎, 그리고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가 된다. 그제야 깨닫는다. 배낭 속에는 옷과 물건뿐만 아니라 불안과 완벽해야 한다는 집착까지 들어 있다는 것을.어느 날, 나는 알베르게 문 앞에서 결심했다. 오늘 하루는 내려놓아 보자. 그렇게 처음 만난 것이 바로 짐 운송 서비스, 동키서비스였다. 동키서비스란 무엇인가동키서비스는 순례자가 배낭을 다음 목적지 알베르게로 미리 보내는 운송 서비스다. 예전에는 나귀가 짐을 날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승합차나 밴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아침에 알베르게에서 신청해 ..

카테고리 없음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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