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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1. 서울–인천공항–파리 외곽 숙소

1. 새벽, 공항버스에 오르다4월 중순, 봄기운이 무르익는 시기.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길 위로 나서는 계절이다. 비가 적어 걷기 좋고, 아직 여름의 태양은 뜨겁지 않다.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와 바도 막 문을 열어 순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우리도 그 시기를 택했다.새벽 다섯 시, 아직 골목길에는 밤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도로를 덮고, 자동차 몇 대만 드문드문 달리고 있었다.공항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반짝이는 여행용 캐리어가 바퀴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었다. 그 소리는 경쾌했지만, 내 어깨 위의 배낭은 묵직한 침묵으로 나를 압도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 출발 전날까지 수없이 열고 닫았던 배낭. 아내는 담담히 말했다.“길 위에서는 결국 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9.03

📢 공지 –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었던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와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시리즈는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 이어져 왔습니다.이제 그 여정을 한 단계 더 확장하여, 실제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을 소설적 서사와 기록으로 풀어내는 대장정을 시작합니다.그리고, 산티아고순례길 너머에 있는 더 큰 그림 "걷기"에 대한 세상도 걸러 헤쳐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시리즈 – [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 앞으로 이 공간에서 연재될 본편은 “산티아고 순례기” 입니다.실제 800km 프랑스길 전 구간을 하루하루 따라가는 장편 서사주인공의 눈을 통해 그날의 구간에서 보이는 풍경, 만나는 사람들, 마을의 일상과 음식 이야기가 펼쳐집니다길 위에서 자연스레 흘러나..

카테고리 없음 2025.09.01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 어릴 적 바람을 되살리는 여정 "

프롤로그 – 사라진 바람을 찾아서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바람을 품고 산다. 소박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그 바람은 우리를 앞으로 달리게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그 바람을 잊는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체면과 책임을 위해. 결국 언젠가 돌이켜보면, 가장 순수했던 나의 바람은 사라진 듯 보인다.그러나 까미노의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 바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아(56, 독일) – 바람개비를 든 소녀마리아는 소녀 시절 시골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들고 달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 가정의 무게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이 독립한 뒤에도 공허함만 남았다.“나는 누구였을까?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까미노에서 바..

카테고리 없음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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