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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걷는 길

길 위에서 마주친 ‘타인의 고통’까미노 길 위에서는 누구나 아프다. 그것이 발바닥의 물집이든, 무릎의 통증이든, 혹은 마음속 깊은 곳의 오래된 상처이든 간에 말이다. 이 길에서 고통은 ‘개인의 것’으로만 남지 않는다. 걷다 보면 옆사람의 절뚝거림을 보게 되고, 낯선 이의 눈가에 고이는 눈물을 목격하게 되며, 때로는 고통을 나누어 지는 동행자가 되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 공감이야말로 순례길이 만들어내는 가장 특별한 기적 중 하나다.벤치에서 발을 주무르던 마르타의 고백레온 근처의 한 시골 마을. 낡은 나무 벤치에 앉아 있던 '마르타(42, 이탈리아)'는 두 손으로 발을 꼭 감싸쥔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발바닥이 터져 걷기 힘들어 보였던 그녀..

카테고리 없음 2025.08.20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순례길을 걷는 다양한 모습

프롤로그 – 순례길의 수많은 발걸음 스페인의 대지를 가로지르는 까미노, 이 길을 걷다 보면 누구도 똑같은 발걸음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누군가는 묵직한 배낭을 지고 묵묵히 두 발로만 길을 밟아 나가고, 누군가는 작은 수레를 끌며 더딘 걸음을 이어간다. 또 어떤 이는 자전거로, 혹은 말 위에 앉아 과거의 기사처럼 순례를 이어가고, 때로는 버스와 걷기를 병행하며 현실적인 이유로 자신의 길을 완성하는 이들도 있다. 이 풍경은 마치 인생을 비추는 은유와도 같다. 살아가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순례길 또한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어떻게 걸었는가가 아니라, 왜 그 길 위에 섰는가 하는 질문이다. 내가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걸음을..

카테고리 없음 2025.08.17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내면의 상처를 안아주는 길

고요한 새벽, 길 위에서 만난 첫 번째 이야기 메세타 초입, 해가 막 솟아오르기 전의 공기는 차갑고, 땅은 밤새 맺힌 이슬로 촉촉했다. 배낭을 조정하며 첫 발을 내디딘 순간, 뒤에서 들려온 가벼운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회색 머플러를 두른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이름은 마리아(56, 독일).그녀는 눈을 마주친 뒤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는 남편을 2년 전에 잃었어요. 그 후로 제 안의 세상이 멈춰 있었죠. 이 길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할지, 솔직히 두렵기도 해요.” 마리아는 남편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계획했지만, 출발을 준비하던 해에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그녀는 한동안 집 밖을 거의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유품 중 발견한 지도와, 함께 쓰던 순례 가이드북이 그..

카테고리 없음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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