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1

[까미노 길 위의 풍경] 부르고스 대성당 – 고딕의 정수, 하늘로 향하는 믿음

― 부르고스에서 멈춰 선 이유 순례자의 걸음이 멈춘 순간이른 아침 안개가 남아 있던 부르고스의 거리.거친 돌길을 따라 걷던 나의 걸음은 어느 순간 멈춰섰다.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고딕의 성소, 부르고스 대성당이었다.순례길에서 수없이 많은 교회와 예배당을 마주했지만,이 대성당은 달랐다.숨이 멎을 듯한 그 아름다움.건축이 아니라 신앙 자체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이 성당은 단지 ‘종교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손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길을 걷던 나는 멈췄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의 숲 앞에서.”건축의 경이 “이 성당은 말이 아니라 천장을 보고 기도하게 만든다.” 부르고스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Burgos)은1221년, 페르난도 3..

카테고리 없음 2025.08.07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죽음과 삶을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여정 ― 까미노, 삶의 끝에서 다시 삶을 바라보다 죽음을 떠올리는 순간, 삶은 선명해진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을 종종 외면한다.너무 무겁고, 너무 멀고, 너무 불편해서.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을우리는 알고 있다.까미노를 걷는 동안,나는 그 죽음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들과종종 마주쳤다.묘비 옆을 지나고,한 노인이 ‘다음 해엔 못 올 수도 있어’라고 말하고,메세타의 황량한 풍경 속에 문득‘내가 만약 여기서 멈춘다면’ 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그런 순간들마다삶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순례길 위의 묘비와 철십자가 – 죽음을 마주하는 장소들까미노에는 죽음을 기리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포세바돈(Pocebadón)의 철십자가(Cruz de Fer..

카테고리 없음 2025.08.06

[까미노 길 위의 풍경] 팜플로나 – 투우의 도시, 순례자도 머무는 곳

― 전통과 열기, 그리고 조용한 걸음이 만나는 교차로 도시가 바뀌었다, 내 리듬도 잠시 멈췄다몇 날 며칠을 들판과 산길만 걷다가갑자기 ‘도시’라는 풍경을 마주하면 마음이 어색해진다.팜플로나에 도착한 날도 그랬다.좁은 골목길 대신 아스팔트와 자동차 소리,자연의 냄새 대신 커피와 구운 고기의 향.그러나 동시에,이 도시에는 길 위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묘한 열기가 있었다.“팜플로나에 도착했구나.”한참을 걷고 나서야나는 이곳이 단순한 중간 기착지가 아니라,**‘멈춤을 허락하는 도시’**임을 깨달았다.투우와 순례의 교차점, 팜플로나팜플로나는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전 세계적으로는 **‘산 페르민 축제(투우 축제)’**로 가장 유명하다.축제 때면 수천 명이 모이고,거리엔 하얀 옷과 붉은 스카프가..

카테고리 없음 2025.08.05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 ⑲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셀프케어의 길 — 아무도 챙겨주지 않을 나를, 내가 돌보는 법을 배우는 길 “괜찮아?” 그 말, 누구에게 했는가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의 안부에 익숙해진다.“괜찮아?” “많이 힘들었지?”그 따뜻한 말들은 늘 누군가를 향하지만,그 ‘누군가’에 나 자신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까미노를 걷는 어느 날,비 오는 들판 한가운데서 나는 멈춰 섰다.그리고 문득 생각했다.“나는 나에게 이 질문을 해본 적이 있었나?”그날부터, 나의 순례는세상의 기대와 역할에서 벗어나오직 나를 위한 ‘셀프케어’의 시간이 되었다. 길 위의 셀프케어 — 걷기, 쉬기, 먹기, 기록하기까미노 위에서의 하루는 단순하다.걷고, 쉬고, 먹고, 자고.그리고 틈틈이, 기록한다.도시에선 ‘해야 할 일’에 쫓기며쉬..

카테고리 없음 2025.08.04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중세 성당과 수도원 – 길 위의 유산

“돌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안에 기도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 아래의 석조 건물새벽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흙길 위를 걷던 부츠 밑창이 서서히 돌길로 바뀔 때쯤—어느덧 눈앞에 나타나는 고풍스런 석조 건물. 첨탑은 아직 안개 속에 가려 있고, 입구는 고요히 닫혀 있다.“이건 수도원이야.” 옆에서 걷던 독일인 순례자가 속삭인다.“12세기 경, 베네딕토 수도자들이 여기를 지었다고 들었어요.”나는 고개를 들어 그 웅장한 건축을 바라본다.돌 하나하나가 마치 무게감 있는 기도를 간직한 듯했고,그늘진 회랑은 수백 년간 반복된 침묵과 명상의 시간들을 머금은 듯했다. 성당은 쉼터이자, 길의 이정표였다까미노를 걷다 보면, 마을 어귀마다 마주치는 성당과 수도원들.그들은 단지 종교적 공간을 넘어,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실질..

카테고리 없음 2025.07.30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⑱

글쓰기, 그림, 창작을 위한 영감의 여정— 세상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하여 작은 멈춤 없는 수신행위다글이 막히고, 그림이 흐릿해지고,어떤 말도 색도 나에게서 멀어질 때가 있다.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종이를 바라보며,나는 내가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그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재능의 고갈이 아니라,삶의 감각이 메말라 있던 시기였다.창작이란 결국세상과 나 사이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일인데,나는 너무 오랫동안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그때, 나는 까미노를 떠올렸다. 걷는다는 것, 세상을 스케치하는 시간 까미노 위에서 나는 다시 관찰자가 되었다.자갈길을 밟을 때마다 달라지는 발의 감각무성한 들꽃 사이로 흔들리는 바람의 결고개 너머로 떨어지던 석양의 ..

카테고리 없음 2025.07.28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산티아고순례길 아침식사 – 토스트, 카페 콘 레체, 그리고 감귤빛 햇살

— 햇살과 빵 냄새가 시작하는 순례자의 하루 길 위의 느긋한 아침그날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일찍 출발한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이미 멀어지고,나는 낯선 마을의 광장에 멈춰 섰다.시간은 오전 7시 반,햇살은 막 회색빛 골목을 감싸기 시작했고카페 바르(Café Bar) 간판이 슬며시 불을 밝혔다.어쩐지 이 아침엔천천히 앉아 빵을 굽고,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마시고 싶었다.무언가를 '채우는' 아침이 아니라,'감사하며 음미하는' 아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까미노 아침의 상징, 카페 바르스페인 작은 마을마다 한두 개쯤은 꼭 있는카페 바르(Café Bar).순례자들이 빵과 커피로 하루를 여는 곳이기도 하다.메뉴는 단순하다.토스타다 콘 토마테 (토마토 올린 토스트)크로아상 또는 잼과 버터를 곁들인 빵카페 콘 레체 (우유..

카테고리 없음 2025.07.27

나는 왜 까미오를 생각하는가? ⑰

떠남으로써 비로소 보이는 소중함— 비워졌을 때, 진짜가 보이기 시작했다 왜 떠났는가?나는 떠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도망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 한 것도 아니다.그저 잠시 멀어지고 싶었다.익숙한 거리, 반복되는 대화, 늘 정해진 길…그 속에서 나 자신이 점점 흐릿해진다는 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막연한 이유만으로나는 까미노에 올랐다. 길 위에서 발견한 ‘부재의 선명함’까미노의 아침은 언제나 낯설게 시작된다.모르는 마을,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언어 속에서오히려 나의 마음은 또렷해지고 있었다.떠났을 뿐인데,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늦잠을 자도 잔소리 없이 커피를 내려주던 가족무심히 지나치던 골목의 가게 아저씨 인사손끝으..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올라와 부엔 까미노 – 국경 없는 인사의 따뜻함

" 말 한마디가 하루를 품는다"감정이 시작된 순간 어느 골목 어귀,좁은 자갈길을 돌자마자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건다."올라(Ola)!"그리고 이어지는 말,"부엔 까미노(Buen Camino)!"그저 가볍게 건넨 인사인데,순간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데워진다.말보다 그 말이 전해지는 시선과 웃음,그리고 걷는 자를 향한 응원이 느껴진다. ※ 올라(Ola) : 스페인어로 "안녕" 부엔 까미노(Buen Camino) : "좋은 길 되세요" 또는 "행복한 여행 되세요"라는 뜻. 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 끼리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말로 사용 인사는 짧고 마음은 깊다 까미노 위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세대도 다르다.하지만 신기하게도,누구든 마주치면 ‘부엔 까미노’라는 말로 서로를 알아본다.바르셀로나에..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⑯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길 — 덜어내고 비우는 시간,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삶--- 복잡했던 삶, 그 무게를 느끼기까지도시에서의 삶은 언제나 무언가를 채우는 일의 연속이었다.더 많은 정보, 더 빠른 답, 더 좋은 물건, 더 높은 자리.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멈췄다."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무겁게 살고 있는가?"순례길 위에 섰을 때,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다.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여백이었다까미노에서의 삶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오전엔 걷고, 오후엔 쉬고, 저녁엔 나누고, 밤엔 쉰다.배낭에는 두 벌의 옷, 비누, 작은 수건,발톱깎이, 빨래줄, 그리고 소중한 순례자 여권.그뿐이다.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면그제야 보인다, 진짜로 필요한 것이 ..

카테고리 없음 2025.07.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