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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4. 바이욘에서 생장피드포르, 그리고 오리손까지

아침, 바이욘역의 긴장된 공기아침 일찍 바이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 앞 광장에는 이미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단순한 여행객의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었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그들의 옷차림과 눈빛은 하나의 공통된 긴장과 설렘으로 묶여 있었다. 나와 아내도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서 있었는데, 순간 “이제는 정말 시작이구나”라는 실감이 밀려왔다.역사 내부는 소박했지만 붐볐다. 매표소 근처에는 순례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기차 대신 순례자 전용 버스가 생장피드포르까지 운행된다고 했다. 이 작은 변화 하나에도, 나는 ‘내가 지금 특별한 여정에 서 있구나’라는 묘한 자각을 했다.버스에 올라, 생장으로 향하다버스 안은 이미 순례자들로 가득했다. 독..

카테고리 없음 2025.09.11

<걷기의 동행자> 등산화 궁극 가이드 – 까미노·트레킹·등산 올인원

“처음 편한 신발”이 아닌, “끝까지 편하게 걸어주는 신발”을 고르는 법. 까미노 800km부터 주말 둘레길까지, 등산화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오늘의 동행자, 등산화. 발이 편해야 길이 편하다장거리 걷기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은 의외로 마음이 아니라 발입니다. 물집, 열상, 발톱 통증, 발목 염좌… 하루 25km, 연속 일주일만 걸어도 평소에 몰랐던 작은 습관들이 문제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등산화는 장비라기보다 동행자입니다. 발을 지키는 선택, 그리고 관리의 루틴이 완주를 결정합니다.핵심 요약장거리엔 부드러운 스니커즈보다 지지력이 좋은 트레킹화가 안전핏(사이즈·발볼·발등·뒤꿈치 고정)이 모든 기능보다 우선방수/통풍 선택은 계절·코..

카테고리 없음 2025.09.10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3. 파리에서 바이욘까지

👉 Camino Journal Day 3: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떼제베를 타고 바이욘까지. 프랑스 농촌 풍경, 떼제베 기차 안에서의 에피소드, 바이욘과 비알리츠 해변의 추억을 담은 순례길 준비 이야기. 몽파르나스역 – 복잡한 출발의 아침 파리에서의 둘째 날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하는 여정의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바스크 지방의 관문, 바이욘(Bayonne). 이곳은 프랑스 북부에서 남부로 내려가는 고속철 떼제베(TGV)가 닿는 마지막 큰 도시로, 순례자들이 생장피드포르로 가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다.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몽파르나스역(Gare Montparnasse)**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니, 유리 천장으로 빛이 쏟아져 내렸고, 어제와는 또 다..

카테고리 없음 2025.09.09

[발걸음 지도 – Walking Atlas] 계족산 황톳길

프롤로그 – 황톳길 첫인상대전 북쪽에 자리한 계족산 황톳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한국의 걷기 문화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힙니다. 이 길은 발로 흙을 직접 밟으며 걸을 수 있도록 잘 다져진 황토가 약 14.5km 원점 순환 코스로 이어져 있습니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맨발 걷기 전용 길’이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갖습니다.이 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황토의 붉은 색감은 단순한 흙빛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려온 듯, 따뜻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황토 위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감촉은 잊을 수 없습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 곧이어 몸을 감싸는 묘한 따뜻함.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계족산 황톳길은..

카테고리 없음 2025.09.07

📢 카테고리 안내: [발걸음 지도 – Walking Atlas]

걷는다는 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길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풍경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나고, 결국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록이라면, 이곳 〈발걸음 지도 – Walking Atlas〉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걸을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왜 ‘발걸음 지도’인가 많은 사람들이 걷기 여행을 떠올릴 때 이미 유명한 길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카테고리에서는 조금은 덜 알려졌지만, 걷는 순간 특별해지는 길을 찾습니다.때로는 지방 축제와 연결된 길,때로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산책로,때로는 맨발로 흙을 느낄 수 있는 숲길…‘발걸음 지도’는 그렇게 한 코스 한..

카테고리 없음 2025.09.06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2. 파리에서

아침, 파리의 공기아침 일찍 숙소 문을 열자 아직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와 닿았다. 파리의 아침은 분주하면서도 여유로웠다. 어제 인천공항에서 파리까지 날아온 피곤함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오늘은 파리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은 가벼웠다.거리에는 이미 출근하는 파리지앵들이 발걸음을 재촉했고, 카페 앞에는 빠른 아침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작은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 한 잔, 그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세느강에서 곧 세느강변에 다다랐다. 사실 세느강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폭이 좁았다. 한강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물빛은 다소 혼탁했다. 하지만 세느강에는 한강에는 없는 이야기가 있었다. 루브르, 오르세, 에펠탑, 노트르담, 모든..

카테고리 없음 2025.09.05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1. 서울–인천공항–파리 외곽 숙소

1. 새벽, 공항버스에 오르다4월 중순, 봄기운이 무르익는 시기.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길 위로 나서는 계절이다. 비가 적어 걷기 좋고, 아직 여름의 태양은 뜨겁지 않다.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와 바도 막 문을 열어 순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우리도 그 시기를 택했다.새벽 다섯 시, 아직 골목길에는 밤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도로를 덮고, 자동차 몇 대만 드문드문 달리고 있었다.공항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반짝이는 여행용 캐리어가 바퀴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었다. 그 소리는 경쾌했지만, 내 어깨 위의 배낭은 묵직한 침묵으로 나를 압도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 출발 전날까지 수없이 열고 닫았던 배낭. 아내는 담담히 말했다.“길 위에서는 결국 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9.03

📢 공지 –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함께 나누었던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와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시리즈는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 이어져 왔습니다.이제 그 여정을 한 단계 더 확장하여, 실제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을 소설적 서사와 기록으로 풀어내는 대장정을 시작합니다.그리고, 산티아고순례길 너머에 있는 더 큰 그림 "걷기"에 대한 세상도 걸러 헤쳐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시리즈 – [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 앞으로 이 공간에서 연재될 본편은 “산티아고 순례기” 입니다.실제 800km 프랑스길 전 구간을 하루하루 따라가는 장편 서사주인공의 눈을 통해 그날의 구간에서 보이는 풍경, 만나는 사람들, 마을의 일상과 음식 이야기가 펼쳐집니다길 위에서 자연스레 흘러나..

카테고리 없음 2025.09.01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 어릴 적 바람을 되살리는 여정 "

프롤로그 – 사라진 바람을 찾아서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바람을 품고 산다. 소박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그 바람은 우리를 앞으로 달리게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그 바람을 잊는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체면과 책임을 위해. 결국 언젠가 돌이켜보면, 가장 순수했던 나의 바람은 사라진 듯 보인다.그러나 까미노의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 바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아(56, 독일) – 바람개비를 든 소녀마리아는 소녀 시절 시골 언덕에서 바람개비를 들고 달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 가정의 무게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이 독립한 뒤에도 공허함만 남았다.“나는 누구였을까?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까미노에서 바..

카테고리 없음 2025.09.01

순례자 식탁 – 물과 와인 사이에서

프롤로그 – 길 위의 하루는 식탁에서 완성된다 까미노의 하루는 걷는 데서 시작하지만, 결국 식탁에서 완성된다. 순례자들은 해가 뜨기 전 길을 떠나, 메세타의 바람과 산길의 오르막을 지나며 땀을 쏟는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마을 식당, 알베르게의 공동 테이블, 혹은 작은 바의 한 구석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지친 얼굴이지만, 테이블 위의 빵과 와인, 그리고 함께 둘러앉은 동료 순례자들의 웃음 속에서 하루의 무게가 풀린다. 식탁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위로와 교감,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물과 와인 – 낯선 문화의 충격 한국 순례자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풍경은 바로 물값과 와인값의 역전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무료로 제공되는 물이 스페인에서는 유료다. 반대로 와인은 무료로 제공되거나 아주 저렴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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