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빈 공간에서 자란다 까미노의 길을 걷다 보면, 미래에 대한 계획은 놀랍게도 더 또렷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속의 복잡한 그림이 지워지고, 백지의 공간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를 그리려면 목표와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까미노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준다. 미래는 여백에서 싹트고, 그 여백은 오직 비움 속에서만 생겨난다. 걸음 속에서 떠오르는 물음표 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렇게 말한다.“나는 이 길에서 인생 계획을 다시 쓰려 했는데, 결국 답 대신 질문만 얻었어요.”“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엇을 더는 하고 싶지 않은지는 알게 되었어요.”메세타의 끝없는 평원 위에서, 사람은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종종 “어떻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