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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미래를 그리기 위한 여백 만들기

미래는 빈 공간에서 자란다 까미노의 길을 걷다 보면, 미래에 대한 계획은 놀랍게도 더 또렷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속의 복잡한 그림이 지워지고, 백지의 공간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를 그리려면 목표와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까미노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준다. 미래는 여백에서 싹트고, 그 여백은 오직 비움 속에서만 생겨난다. 걸음 속에서 떠오르는 물음표 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렇게 말한다.“나는 이 길에서 인생 계획을 다시 쓰려 했는데, 결국 답 대신 질문만 얻었어요.”“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엇을 더는 하고 싶지 않은지는 알게 되었어요.”메세타의 끝없는 평원 위에서, 사람은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종종 “어떻게 살아..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순례자의 배낭 – 꼭 필요한 것만 담는 삶

무거운 시작까미노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배낭을 무겁게 메고 출발한다. 나 역시 그랬다. 혹시나 해서 챙겨 넣은 옷가지,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넣어둔 약품, 읽지 않을지도 모르는 책까지. 출발선에서 배낭의 무게는 기대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자 나는 깨달았다.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불안이었다는 것을. 길이 알려주는 배움 며칠을 걷다 보면 순례자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경험을 한다. 배낭 속을 열어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 알베르게에 두고 간다. 그 과정은 단순한 짐 덜기가 아니다. 내 마음속 불필요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이다.프랑스에서 온 한 순례자가 내게 말했다.“첫 주는 무게에 짓눌렸고, 둘째 주는 버림을 배웠어요. 그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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