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길 위, 중세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곳 길 위에서 만난 또 하나의 ‘멈춤’메세타의 끝없는 평원을 지나, 드디어 붉은 기와 지붕이 펼쳐진 도시가 보였다. 바람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레온의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나를 반겼다. 여기서는 시간도, 발걸음도, 심지어 마음도 잠시 속도를 늦춘다.도시와의 첫 만남 ― 대성당 앞에서레온의 심장은 단연 '레온 대성당(Catedral de León)'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첨탑,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는 순례자의 피로를 한 번에 씻어낸다. 아침 햇살이 유리 조각을 통과해 바닥 위에 쏟아질 때, 그 빛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처럼 느껴진다.한 노신부가 성당 앞을 쓸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짧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