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16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중세 성당과 수도원 – 길 위의 유산

“돌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안에 기도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 아래의 석조 건물새벽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흙길 위를 걷던 부츠 밑창이 서서히 돌길로 바뀔 때쯤—어느덧 눈앞에 나타나는 고풍스런 석조 건물. 첨탑은 아직 안개 속에 가려 있고, 입구는 고요히 닫혀 있다.“이건 수도원이야.” 옆에서 걷던 독일인 순례자가 속삭인다.“12세기 경, 베네딕토 수도자들이 여기를 지었다고 들었어요.”나는 고개를 들어 그 웅장한 건축을 바라본다.돌 하나하나가 마치 무게감 있는 기도를 간직한 듯했고,그늘진 회랑은 수백 년간 반복된 침묵과 명상의 시간들을 머금은 듯했다. 성당은 쉼터이자, 길의 이정표였다까미노를 걷다 보면, 마을 어귀마다 마주치는 성당과 수도원들.그들은 단지 종교적 공간을 넘어,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실질..

카테고리 없음 2025.07.30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⑱

글쓰기, 그림, 창작을 위한 영감의 여정— 세상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하여 작은 멈춤 없는 수신행위다글이 막히고, 그림이 흐릿해지고,어떤 말도 색도 나에게서 멀어질 때가 있다.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종이를 바라보며,나는 내가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그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재능의 고갈이 아니라,삶의 감각이 메말라 있던 시기였다.창작이란 결국세상과 나 사이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일인데,나는 너무 오랫동안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그때, 나는 까미노를 떠올렸다. 걷는다는 것, 세상을 스케치하는 시간 까미노 위에서 나는 다시 관찰자가 되었다.자갈길을 밟을 때마다 달라지는 발의 감각무성한 들꽃 사이로 흔들리는 바람의 결고개 너머로 떨어지던 석양의 ..

카테고리 없음 2025.07.28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산티아고순례길 아침식사 – 토스트, 카페 콘 레체, 그리고 감귤빛 햇살

— 햇살과 빵 냄새가 시작하는 순례자의 하루 길 위의 느긋한 아침그날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일찍 출발한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이미 멀어지고,나는 낯선 마을의 광장에 멈춰 섰다.시간은 오전 7시 반,햇살은 막 회색빛 골목을 감싸기 시작했고카페 바르(Café Bar) 간판이 슬며시 불을 밝혔다.어쩐지 이 아침엔천천히 앉아 빵을 굽고,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마시고 싶었다.무언가를 '채우는' 아침이 아니라,'감사하며 음미하는' 아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까미노 아침의 상징, 카페 바르스페인 작은 마을마다 한두 개쯤은 꼭 있는카페 바르(Café Bar).순례자들이 빵과 커피로 하루를 여는 곳이기도 하다.메뉴는 단순하다.토스타다 콘 토마테 (토마토 올린 토스트)크로아상 또는 잼과 버터를 곁들인 빵카페 콘 레체 (우유..

카테고리 없음 2025.07.27

나는 왜 까미오를 생각하는가? ⑰

떠남으로써 비로소 보이는 소중함— 비워졌을 때, 진짜가 보이기 시작했다 왜 떠났는가?나는 떠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도망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 한 것도 아니다.그저 잠시 멀어지고 싶었다.익숙한 거리, 반복되는 대화, 늘 정해진 길…그 속에서 나 자신이 점점 흐릿해진다는 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막연한 이유만으로나는 까미노에 올랐다. 길 위에서 발견한 ‘부재의 선명함’까미노의 아침은 언제나 낯설게 시작된다.모르는 마을,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언어 속에서오히려 나의 마음은 또렷해지고 있었다.떠났을 뿐인데,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늦잠을 자도 잔소리 없이 커피를 내려주던 가족무심히 지나치던 골목의 가게 아저씨 인사손끝으..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올라와 부엔 까미노 – 국경 없는 인사의 따뜻함

" 말 한마디가 하루를 품는다"감정이 시작된 순간 어느 골목 어귀,좁은 자갈길을 돌자마자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건다."올라(Ola)!"그리고 이어지는 말,"부엔 까미노(Buen Camino)!"그저 가볍게 건넨 인사인데,순간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데워진다.말보다 그 말이 전해지는 시선과 웃음,그리고 걷는 자를 향한 응원이 느껴진다. ※ 올라(Ola) : 스페인어로 "안녕" 부엔 까미노(Buen Camino) : "좋은 길 되세요" 또는 "행복한 여행 되세요"라는 뜻. 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 끼리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말로 사용 인사는 짧고 마음은 깊다 까미노 위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세대도 다르다.하지만 신기하게도,누구든 마주치면 ‘부엔 까미노’라는 말로 서로를 알아본다.바르셀로나에..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⑯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길 — 덜어내고 비우는 시간,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삶--- 복잡했던 삶, 그 무게를 느끼기까지도시에서의 삶은 언제나 무언가를 채우는 일의 연속이었다.더 많은 정보, 더 빠른 답, 더 좋은 물건, 더 높은 자리.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멈췄다."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무겁게 살고 있는가?"순례길 위에 섰을 때,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다.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여백이었다까미노에서의 삶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오전엔 걷고, 오후엔 쉬고, 저녁엔 나누고, 밤엔 쉰다.배낭에는 두 벌의 옷, 비누, 작은 수건,발톱깎이, 빨래줄, 그리고 소중한 순례자 여권.그뿐이다.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면그제야 보인다, 진짜로 필요한 것이 ..

카테고리 없음 2025.07.18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새벽을 깨우는 발자국 – 이른 아침 출발 풍경

감정이 시작된 순간아직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 다섯 시.알베르게 안은 조용한 긴장감으로 감돌고,누군가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고,누군가는 작은 헤드랜턴을 켠다.그 발소리는 무언의 인사처럼 부드럽고침묵 속에 오히려 서로의 마음이 더 가까워진다.순례자의 하루는 세상이 깨어나기 전,먼저 걷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고,달빛은 물러갔지만 태양은 아직 오지 않았다.깜깜한 길 위에 오직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만 흐른다.등 뒤에서 비치는 붉은 빛.어깨 위에 무겁게 얹힌 배낭의 끈 소리.그리고 맞은편에서 스쳐 지나가는 조용한 인사."부엔 까미노."단 한 마디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정의 흐름 → 사색과 회상왜 사람들은 이토록 이른 새벽에 걷는 걸까.수면이 부족해 피곤한 몸..

카테고리 없음 2025.07.17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⑮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과 실천– 걷는다는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묻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얼마나 소비하며 살아왔을까?""빠름과 편리함이 나의 삶을 정말 편하게 만들었을까?"순례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걷다 보면, 내 삶의 ‘속도’와 ‘방식’이 무거운 배낭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길 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오히려 지속 가능성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까미노는 ‘가벼움’의 훈련장이었다순례길을 걸으며 알게 됩니다.우리가 필요한 물건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큰 욕심 없이, 꼭 필요한 것만 담은 배낭.매일 걸으며 불필요한 것을 하나둘 내려놓는 과정은,물질뿐 아니라 생각과 습관까지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하루에 필요한 물: 1리터면 충분옷은 두 벌로 충분샤워하고, 빨래하고, 잘 ..

카테고리 없음 2025.07.16

[까미노 길 위의 풍경] 알베르게의 하루 – 순례자의 집에서 펼쳐지는 일상

알베르게 : 숙박시설의 한 종류로, 약 800km에 이르는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마을 곳곳에 위치해 있는 숙박시설로, 순례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한다.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에게 ‘알베르게(Albergue)’는 단순한 숙소가 아닙니다.그곳은 걷기의 하루가 끝나는 쉼터이자, 낯선 이들과 삶을 나누는 작은 공동체입니다.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서로의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오가는 그 공간.알베르게의 하루는 까미노에서 가장 ‘인간적인’ 시간이 흐르는 곳입니다. 알베르게란 무엇인가?항목설명의미순례자 전용 숙소. ‘호스텔’과 비슷하지만 공동체적 의미가 더 큼유형공립 알베르게, 사립 알베르게, 수도원 알베르게, 개인 운영 숙소 등비용평균 8..

카테고리 없음 2025.07.14

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⑭

“다시, 나는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도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까미노의 시간 마음속 작은 목소리“지금의 나는 너무 작아졌어.”“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없어.”“어디서부터 다시 자신감을 되찾아야 할까?”살다 보면 우리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속삭입니다.큰 실패를 경험했거나, 예상치 못한 이별이나 좌절을 겪었을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놓쳐버립니다.그럴 때 필요한 건 아주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도전입니다.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런 도전을, 걷는 시간만큼의 정직함으로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까미노는 작지만 위대한 도전산티아고 순례길은 ‘도보 여행’ 이상의 내면의 탐험입니다.매일 20~30km를 걷는다는 것.아무것도 모르는 길을,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나만..

카테고리 없음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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