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의 론세스바예스, 출발의 떨림 스페인 나바라 지방의 아침 공기는 프랑스와는 사뭇 달랐다.피레네의 능선을 넘어 도착했던 전날 저녁, 수도원 알베르게의 두터운 벽은 차가운 산바람을 막아주었지만, 긴장과 피로로 뒤엉킨 잠은 그리 깊지 않았다. 밤새 들려오던 이곳저곳의 코골이, 뒤척이는 소리, 누군가의 낮은 기침과 속삭임은 오히려 이곳이 순례자들의 ‘첫 공동체’임을 실감나게 했다. 그리고 새벽, 여명이 깃들 무렵, 알람 소리와 함께 순례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복도에는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끌며 나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알베르게의 작은 식당에는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었다. 빵과 버터, 잼, 그리고 따뜻한 커피. 어제의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