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예스 2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6. 론세스바예스에서 쥬비리로

새벽의 론세스바예스, 출발의 떨림 스페인 나바라 지방의 아침 공기는 프랑스와는 사뭇 달랐다.피레네의 능선을 넘어 도착했던 전날 저녁, 수도원 알베르게의 두터운 벽은 차가운 산바람을 막아주었지만, 긴장과 피로로 뒤엉킨 잠은 그리 깊지 않았다. 밤새 들려오던 이곳저곳의 코골이, 뒤척이는 소리, 누군가의 낮은 기침과 속삭임은 오히려 이곳이 순례자들의 ‘첫 공동체’임을 실감나게 했다. 그리고 새벽, 여명이 깃들 무렵, 알람 소리와 함께 순례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복도에는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끌며 나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알베르게의 작은 식당에는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었다. 빵과 버터, 잼, 그리고 따뜻한 커피. 어제의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속..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바람과 발자국 – Camino Journal》 Day 5. 오리손에서 론세스바예스로

오리손의 아침과 첫 발걸음 오리손 알베르게의 아침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좁은 도미토리 안에서 알람 소리가 여기저기 울리고,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창밖으로는 차가운 산바람이 스며든다. 전날 저녁의 시끌벅적한 저녁식사와 건배의 여운은 사라지고, 이제는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짐을 꾸린다.오늘 하루는 프랑스 길 전체에서 가장 험난하고도 상징적인 날 ―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땅에 들어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배낭을 어깨에 걸치는 순간, 어제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단지 10킬로그램 남짓의 짐인데, 오늘은 그 무게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긴 하루에 대한 두려움, 날씨에 대한 불안, 체력에 대한 의문이 모두 짐의 무게에 더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이 길 위에서는 누구도 그 무게를 대신 들어줄 수 없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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