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찰과 내면 탐색을 위한 걷기]
“고요한 길, 그 끝에서 나를 만났어요”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괜찮으신가요?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끝없이 이어지는 일과 관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고 계신가요? 우리는 자주 지치고, 어쩌다 멈춰 서면 불현듯 생각하게 됩니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내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요.” 그 시끄러움을 잠재우고 싶어서, 혹은 그 혼란을 뚫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어서 길에 나섭니다. 이 길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말합니다. 아무도 다그치지 않고,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매일 발바닥이 땅을 누르고,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내면 깊은 곳의 질문들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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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ㅇㅇ (33세, 중학교 교사)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제 삶엔 물음표가 많았어요. 매일 반복되는 수업, 가르침, 회의. 가슴이 식은 채 살아가는 것 같았죠. 우연히 까미노를 알게 되었고, 방학이 되자 곧장 떠났어요.
처음 며칠은 계속 울었어요.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울고 싶었어요. 누군가 저를 위로해주길 바라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거든요.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며, 나를 자책했던 기억, 무시했던 감정, 잊고 살았던 내 진심들을 하나하나 꺼내게 됐어요. 돌아와서, 아이들에게도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줬죠. 그리고 삶이 다시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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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진학, 취업, 결혼, 승진, 부동산, 자녀 교육... 매 단계마다 성공과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룬 사람들조차 ‘그래서 뭐지?’라는 질문 앞에 멈칫하게 됩니다.
자기 성찰은 특별한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여기, 일상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더 절실한 일입니다. 순례길은 그 일상의 틀을 살짝 비틀어, 우리가 본래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자기 성찰 없는 삶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어디론가 가고는 있지만, 목적지도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쉽게 남의 기준에 휘둘리고, 끝없는 비교에 지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바로 그 자아의 침묵을 깨우는 시간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은지를 걷는 시간 속에서 다시 묻고, 듣고, 써내려갑니다.
걷는 동안 우리는 덜어냅니다. 타인의 시선, 무의식의 상처, 실패의 기억, 끝나지 않은 분노. 그 속에서 드러나는 본래의 나, 지금까지 너무 무심했던 나를 다시 알아가는 여정.
이 길을 걸은 이들은 말합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고. 그건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길은 길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길 위를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그것은 삶을 바꾸는 여정이 됩니다. 지금 당신의 내면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혹시 너무 오래 묵혀두고 있는 질문이 있진 않나요? 까미노는 그 물음표들을 꺼내어 마주하고,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길입니다.
걸으세요. 그리고 그 길 끝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나’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