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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⑬

joyskim 2025. 7.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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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발걸음, 신성한 길 위에서"
— 종교적·영적 체험과 신성한 순례의 의미

 

“이 길에서 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순례길을 걷다 보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무신론자든, 신앙심이 깊든, 종교에 무관심하든 까미노 길 위에서는 ‘신성함’이 공기를 타고 다가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지 관광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을 향한 고백이자, 어떤 이에게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영적 공간입니다. 그 거룩한 경험이 이 길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까미노와 종교적 기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고보(James)**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진 곳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순례지로 여겨졌습니다. 중세 유럽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죄의 용서, 회개의 기회, 구원을 위해 이 길을 찾았고, 이는 유럽 3대 순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성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라는 전설에서 비롯
  • 종교적 의미와 함께 “길을 걷는 것 자체가 기도”라는 관념으로 발전
  • 현대에 와서는 영적 각성자아 회복의 길로 확장

 

체험자 인터뷰
루이스, 52세, 멕시코, 가톨릭 신자

“저는 평생 신을 믿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길을 걷다보니, 믿음이란 것이 단순히 기도하는 것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죠. 산에서 혼자 걷는 순간, 나무에 기대 쉬는 시간, 바람 소리… 그 모든 것이 신의 언어였어요.”

김나영, 45세, 서울, 비종교인

“기도를 할 줄도 모르고, 성경도 잘 모르지만… 이상하게 생장피드포르를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철십자가(Cruz de Ferro) 앞에 내 돌을 내려놓을 땐, 그 순간이 저에게는 영적인 씻김 같았어요.”

요한, 28세, 독일, 개신교 신학생

“교회에서 배운 교리보다, 까미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의 고백이 더 신학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신은 고요 속에 있었고,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순례길 위에서의 영적 체험들

  1. 고요한 자연에서의 묵상
    나무와 흙, 바람과 하늘이 기도의 공간이 됩니다.
  2. 철십자가에서의 돌 내려놓기
    죄, 슬픔, 후회, 간절함을 담아 돌을 내려놓는 순간은 ‘작은 장례식’이자 ‘새 출발의 선언’입니다.
  3. 중세 수도원과 교회에서 드리는 미사와 묵상
    루트 곳곳에 있는 수도원에서 숙소를 제공하며, 저녁에는 기도와 명상을 함께합니다.

 

왜  필요한가?

  • 신을 잊은 시대에 내면을 돌아볼 시간
  • 종교는 없어도 영성은 있다는 현대인의 욕구
  • 빠르게 살아온 삶 속에서 경건함과 사색의 공간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 심리학적으로도 ‘의식화된 걷기’는 트라우마 회복, 자기 정화, 삶의 재정립에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길에서 얻는 변화

  • 용서와 화해
    종교적 성찰을 통해 부모, 자녀,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 초월적인 체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 눈물, 침묵, 노을, 그리고 평화.
  • 존재의 중심 회복
    길 끝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
    내 신앙, 내 마음, 내 삶의 주인을 다시 찾는 시간.

 

 

까미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 길의 깊이는 걸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여행자로, 누군가는 순례자로 이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당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나는 신과 함께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