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의 길, 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걷고 있을까
----- 800km의 여정, 한국인이 그토록 걷는 이유 -----
누가 이 먼 길을 걷는가?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위를 걷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이 인사 속에서
유난히 자주 들리는 또 하나의 언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어입니다.
스페인의 들판, 산길, 고성 아래의 마을 어디를 가도
“안녕하세요”, “같이 가실래요?”, “이제 얼마 안 남았대요”
한국어가 들려오는 까미노.
외국인 순례자들조차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놀라워요. 한국 사람들 정말 많아요. 왜 이렇게까지 많이 오는 거죠?”
이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순례길 강국' 된 한국.
그 배경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최근 통계로 보는 한국인의 존재감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국가별 등록 순례자 수 상위권에는 늘 한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주요 순례국 순위:
- 스페인 🇪🇸
- 이탈리아 🇮🇹
- 독일 🇩🇪
- 미국 🇺🇸
- 대한민국 🇰🇷 → 약 2만 5천 명 이상
👉 아시아권에서는 압도적인 1위.
👉 유럽·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상위 수준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걷는 걸까?
1. 방송과 미디어의 영향력
- 2014년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 편에서 까미노를 소개한 이후
- 여러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의 후기 영상과 브이로그
- 최근엔 박나래, 이은지, 성시경 등 연예인들도 걷는 코스로 주목
“TV에서 본 풍경을 나도 걷고 싶었어요.” – 서울의 직장인 김민지(38)
2. 번아웃 시대의 ‘쉼표’ 찾기
- 경쟁과 속도 중심의 한국 사회
- 번아웃 증후군, 퇴사 후 공백기, 중년의 공허함 등
- “말없이 걸으며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는 호소 다수
3. 가성비 좋은 장거리 여행
- 스페인 내 물가가 비교적 저렴
- 알베르게 숙박과 순례자 식사로 저비용 장기 체류 가능
- 코로나 이후 비행기 노선 회복과 더불어 재유행
4. 종교적 동기에서 벗어난 '개인 여정'
-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 ‘자기 성찰’, ‘영혼의 정화’, ‘삶의 전환점’으로써 걷는 이들 증가
외국인의 반응은?
많은 유럽 순례자들은 “어디서 그렇게 많이 오는 거냐”며 놀라워합니다.
때론 흥미롭고, 때론 약간 의아해하면서도,
한국 순례자들의 ‘예의 바르고 조용한 태도’를 인상 깊게 말합니다.
마틴 (독일, 62세)
“한국 사람들은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 너무 친절해요.
다 같이 밥 먹자고 초대해줬을 땐 감동이었어요.”
엠마 (영국, 45세)
“한국인 친구를 까미노에서 사귀었어요.
자기 인생 얘기를 해주는데 정말 깊고 진지하더라고요.
이 길을 왜 걷는지 이해가 갔죠.”
순례길에서 만나는 ‘한국의 얼굴들’
- 은퇴 후 혼자 길을 걷는 60대 아버지
- 퇴사를 앞두고, 혹은 막 퇴사한 30대 회사원
- 대학 졸업 전에 자기만의 여정을 만들려는 20대
- 유방암 수술 후 회복 중인 여성
- 부부가 함께 걷는 황혼 여행길
- 심지어는 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 순례까지
이들은 까미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안고 걷고 있습니다.
한국 순례자, 걷는 이들의 얼굴
까미노에서 한국인은 이제 특별한 존재입니다.
‘걷기’를 통해 자신을 되찾고,
세상과 연결되고,
마음을 치유하는 동양의 순례자들.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산티아고의 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오늘도,
스페인 북쪽의 고요한 길 위를 조용히 지나갑니다.
“부엔 까미노. 당신의 여정이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