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이전의 여정 -"생장피드포르(saint Jean Pied-de Port)로 가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여행.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건, 까미노는 "걷기"만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진짜 걷기가 시작되기 전, 순례길의 출발점인 생장피드포르(saint Jean Pied-de Port)로 향하는 길 자체가 이미 까미노의 첫 번째 장(章)입니다.
떼제베(TGV)를 타고 가는 길 – 유럽의 시간과 감성
생장피드포르(saint Jean Pied-de Port)로 가는 여정은 파리에서 떼제베(TGV) 고속열차를 타고생장피드포르(saint Jean Pied-de Port)로 가는 길의 중간 관문인 프랑스 남서부의 도시 바이욘(Bayonne)으로 향합니다.
그 길 위에서부터 순례의 감정이 꿈틀대기 시작할것입니다.
파리 몽파르나스(Montparnasse)역에서 떼제베에 오르면 약 4시간 반 동안 프랑스 남서부의 풍경을 보게 됩니다.
처음엔 도시적이고 분주한 풍경이 이어지지만, 점점 전원적인 풍경으로 바뀌며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열차는 전속력으로 달리지만, 창밖 풍경은 한 폭의 유화처럼 흐르지 않고 그 자리에 고요히 머뭅니다. 초록과 황금색의 들판, 소를 키우는 작은 농가, 붉은 기와지붕과 회색 돌집들이 어우러진 시골마을들. 고속열차의 속도와는 상반된 고요함이 이 여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순간, 내가 진짜 '일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몰려오고, 까미노로 가는 여정은 이미 이 차창 너머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욘 (Bayonne)- '출발 전의 고요함'
바이욘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의 문화와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중세풍의 성채와 고딕 양식의 바이욘 대성당(Cathédrale Sainte-Marie), 시청 앞 광장을 따라 이어지는 고풍스러운 거리, 강 위에 놓인 작은 다리들과 밤이면 조용히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1~2일 머물며 숨을 고르고 짐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한적한 거리에서 커피 한 잔, 낡은 벽돌집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리고 스페인식 타파스를 파는 작고 정겨운 식당들. '출발 전의 고요함'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비알리츠(Biarritz) – 바이욘 근교 해변도시를 잠시 들러볼 여유, 대서양의 바다 냄새
바이욘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근교의 해변도시 비알리츠(Biarritz)를 잠시 들러볼 여유를 가져 봅니다. 바이욘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비알리츠. 19세기 나폴레옹 3세와 황후 유제니가 사랑했던 휴양지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프랑스와 스페인의 부유층이 찾는 고급 휴양지입니다.
하지만 순례자에게는 거창한 럭셔리보다는 대서양 바람과 바다의 냄새, 그리고 발끝으로 느끼는 자유가 중요합니다.
바위 절벽과 부서지는 파도, 산책로에서 만난 갈매기들, 등대에서 바라본 대서양의 수평선. 이 곳은 출발 전, 혹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에게 주는 작고 평화로운 보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