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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④

joyskim 2025. 6. 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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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이 정말 내 것이 맞을까?”

우리는 종종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보여줘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가족이 기대하는 모습,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 SNS에서 남들이 만들어낸 반짝이는 일상 속에 나도 모르게 갇혀 살게 됩니다.

마치 매일 아침, 남이 입혀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는 기분. 그 옷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을 용기가 없어서 계속 입고 다니는 날들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사는 게 익숙해질 즈음, 마음 한켠에서는 조용히 외치기 시작합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까미노는 ‘나’로 돌아가는 훈련장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더 이상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나이가 몇인지, 왜 왔는지조차 중요하지 않아요. 하루에 20km 넘게 걷는 여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나는 숨을 잘 쉬고 있는가’, ‘발에 물집은 괜찮은가’ 같은 아주 단순한 문제들입니다.

길 위의 삶은 본질로 돌아갑니다. 옷도 단출하고, 거울 볼 일도 거의 없습니다. 먹고 자고 걷는, 삶의 기본으로 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무게도 덜어지고, 비로소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불편한지를 천천히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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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기대에 맞춰 살던 은지 씨”

은지 씨는 중견 기업의 기획팀에서 일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항상 ‘센스 있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불렸고, 주말에도 휴식보다는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사람이었죠. 겉보기에 완벽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SNS 속 또래들의 반짝이는 삶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까미노에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녀를 밀어냈던 거죠. 그녀는 까미노에서 처음으로 ‘나답게’ 걷는 연습을 했다고 말합니다. 누구의 평가도, 결과도 중요하지 않은 삶.

“처음엔 나다운 게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걷다 보니까 어느새 ‘이건 나랑 안 맞아’, ‘이건 좋네’라는 감각이 생겼어요.” 지금의 은지 씨는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예전처럼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의 리듬에 맞춰 사는 데 더 익숙해졌습니다.



“명문대 교수였던 조슈아의 선택”

조슈아 (Joshua, 미국, 45세) 는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던 교수였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삶이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달려온 궤도”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까미노 여정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고, 무엇이 불편한지를 처음으로 자각했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오롯이 느낀 적이 없었다. 까미노는 그것을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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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타인의 기준이 우리 삶을 삼키는 시대

현대인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갑니다. ‘잘 사는 사람’의 기준은 너무도 명확합니다. 좋은 직장, 넓은 집, 예쁜 가족 사진, 그리고 멋진 주말.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왠지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건 정말 내 기준일까요? 우리는 점점 더 타인의 성공 공식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나의 감각은 무뎌지고, 내면은 메말라갑니다.

까미노는 이런 비현실적인 틀에서 잠시 벗어나는 공간입니다. 비교할 것도 없고, 평가받을 일도 없으며, 오직 ‘내 호흡, 내 걸음’만 있는 곳이죠.

 

왜 필요한가? – 타인의 삶을 살면 언젠가는 무너진다

남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삶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를 끊임없이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억눌림은 결국 어느 날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폭발하곤 합니다.

까미노는 자신에게 되묻고,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밀어두지 않고, 걸으며 꺼내 보는 기회죠. 자신의 감각을 믿는 법을 배워야, 내 삶에 대한 확신도 생깁니다.

 

까미노 경험 후 기대되는 변화

- 눈치를 보기보다 스스로 결정하는 삶에 익숙해집니다.
- 거절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 자기감정과 친해지고, 무시했던 감정들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 타인의 평가보다 내 판단을 우선하게 됩니다.
-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생깁니다.

 

 당신은 당신 그대로 괜찮습니다

까미노는 거창한 변화의 길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지쳐버린 마음에게, 조용히 말해주는 시간이죠. “너는 너답게 살아도 돼. 그래도 괜찮아.”

어쩌면 우리가 정말 필요한 건 단 하루라도, 누군가의 기대 없이 나대로 살아보는 경험인지도 모릅니다. 그 첫 발을, 까미노 위에서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