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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 위의 풍경] 부르고스 대성당 – 고딕의 정수, 하늘로 향하는 믿음

joyskim 2025. 8. 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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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르고스에서 멈춰 선 이유

 

순례자의 걸음이 멈춘 순간

이른 아침 안개가 남아 있던 부르고스의 거리.
거친 돌길을 따라 걷던 나의 걸음은 어느 순간 멈춰섰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고딕의 성소, 부르고스 대성당이었다.

순례길에서 수없이 많은 교회와 예배당을 마주했지만,
이 대성당은 달랐다.
숨이 멎을 듯한 그 아름다움.
건축이 아니라 신앙 자체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이 성당은 단지 ‘종교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손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길을 걷던 나는 멈췄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의 숲 앞에서.”


부르고스 대성당 정면 외관

건축의 경이

“이 성당은 말이 아니라 천장을 보고 기도하게 만든다.”

 

부르고스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Burgos)은
1221년, 페르난도 3세와 주교 마우리시오에 의해 착공된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건축은 300년에 걸쳐 이루어졌고,(1221년 착공, 1567년 완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 스페인 최초 유네스코 단독 등재 대성당 (1984)

 

정면의 뾰족탑은 마치 하늘을 찌르려는 듯한 의지를 품고 있었고,
수많은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빛과 어둠, 신과 인간, 영혼과 육체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었다.

  • 고딕 양식의 정수, 스테인드글라스의 향연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순례자에겐 ‘내면의 신전’이기도 하다.
길 위의 피로와 감정이 응축되어
한순간,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장소.

 

👉 유네스코 소개 링크

 

Burgos Cathedral

Our Lady of Burgos was begun in the 13th century at the same time as the great cathedrals of the Ile-de-France and was completed in the 15th and 16th centuries. The entire history of Gothic art is summed up in its ...

whc.unesco.org

 

 

순례자의 감정

                                         “돌 하나하나가 기도처럼 쌓였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어마어마한 높이의 리브 볼트 천장이 있었다.
사람이 만든 공간임에도, 하늘처럼 느껴졌다.
기도가 아니라도 기도하게 만드는 공간.
말이 아니라 숨으로 드리는 예배.

내 옆엔 한 독일인 순례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은
자신의 고통과 삶의 상처를 이 공간에 내려놓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나도 가만히 앉아
그저 이 성당을 바라보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길에서 잠시 잊고 있던 내 마음의 결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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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천장과 제대

▍순례자 엘 시드의 흔적

대성당 한가운데에는
카스티야의 전설적 기사 ‘엘 시드(Cid Campeador)’와
그의 아내 도냐 히메나의 무덤이 있다.

그는 실제로 11세기 무슬림과의 전쟁에서 활약한 실존 인물이며,
순례자들에게 있어 '신념'과 '충성'의 상징으로 남는다.

그 무덤 앞에 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신념이란 무엇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마주하고자 하는 걸까?"

 

문학과 순례의 만남

“순례는 단지 걷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예술이다.”

-- 헤밍웨이와 부르고스 --

『해는 또 떠오른다』의 순례 길목
  👉 책 정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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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공간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보다,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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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마주했는가 --

      • 피로도, 고독도 잠시 내려놓게 되는 곳
      • 믿음, 아니면 그리움.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

“하늘을 향해 열리는 마음 하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 대성당 앞에서의 조용한 명상

 

           

▍바깥에서 바라본 하늘, 다시 길 위로

성당을 나왔을 때,
하늘은 맑게 갠 채 순례자들을 부르고 있었다.

돌계단 아래로 흐르는 아르란손 강 너머,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었다.
부르고스를 지나면, 고요한 메세타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쌓은 돌의 기도,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