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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⑯

joyskim 2025. 7. 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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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길

— 덜어내고 비우는 시간,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삶---

 

 

복잡했던 삶, 그 무게를 느끼기까지

도시에서의 삶은 언제나 무언가를 채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더 많은 정보, 더 빠른 답, 더 좋은 물건, 더 높은 자리.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멈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무겁게 살고 있는가?"

순례길 위에 섰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다.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까미노에서의 삶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오전엔 걷고, 오후엔 쉬고, 저녁엔 나누고, 밤엔 쉰다.

배낭에는 두 벌의 옷, 비누, 작은 수건,
발톱깎이, 빨래줄, 그리고 소중한 순례자 여권.
그뿐이다.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면
그제야 보인다,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불필요한 것을 비우니,
사람의 말이 더 잘 들렸고
작은 새의 울음, 풀잎의 떨림, 마을 사람의 미소가
고요한 축복처럼 다가왔다.

 

 

하루에 한 끼, 함께 나누는 식사의 기쁨

알베르게의 좁은 주방에서
국적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파스타 하나에 웃고, 빵 한 조각에 감동한다.

냉장고를 열면
누군가 남기고 간 토마토와 마늘,
그리고 누군가 손수 만든 샐러드가
메모 한 장과 함께 남겨져 있다.
"Buen provecho. 좋은 저녁 되세요."

단순한 식탁 위에
풍요라는 단어가 다시 새겨진다.

 

 

단순함이 주는 해방감

길 위에서
더 이상 시간표를 따를 필요도,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나의 속도로 걷고,
내가 쉬고 싶을 때 멈추면 된다.

내가 선택한 단순한 하루는
누구의 평가도 필요 없는 완전한 하루가 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어졌다

까미노를 걸으며
나는 '가진 것'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했다.

단순한 삶은 결코 가난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건 불필요한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난 삶이며
세상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마무리 단상

걷고, 쉬고, 먹고, 나누는 삶.
그 단순한 루틴 속에 내가 있었다.
까미노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덜어낼수록 빛나는 삶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