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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⑭

joyskim 2025. 7.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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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는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 도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까미노의 시간

 

마음속 작은 목소리

“지금의 나는 너무 작아졌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없어.”
“어디서부터 다시 자신감을 되찾아야 할까?”

살다 보면 우리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큰 실패를 경험했거나, 예상치 못한 이별이나 좌절을 겪었을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놓쳐버립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아주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도전입니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런 도전을, 걷는 시간만큼의 정직함으로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까미노는 작지만 위대한 도전

산티아고 순례길은 ‘도보 여행’ 이상의 내면의 탐험입니다.
매일 20~30km를 걷는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길을,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나만의 힘으로 헤쳐 나간다는 것.
이 여정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고유한 도전입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고 경험이 많아도, 결국 순례자는 하루하루의 고통과 마주해야 합니다.

  • 발에 물집이 생기고,
  • 무릎이 아프고,
  • 알베르게가 가득 차서 노숙을 고민해야 하고,
  • 날씨는 너무 덥거나 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하며, 우리는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작은 믿음을 하나씩 쌓아갑니다.

 

체험자 이야기

 이지영 (대한민국, 46세, 전직 기획자)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무기력하게 지내던 중이었어요.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했죠.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까미노 영상 하나를 보게 됐고,
‘이건 꼭 한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레네를 넘을 때는 정말 죽을 뻔했어요.
매일 밤 발바닥에 얼음팩을 올리고, 무릎을 감싸며 잠들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생각했어요.
‘오늘도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그날, 레온에서 자고 있을 때
내 마음속에서 이런 문장이 떠올랐어요.
“나는 다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어.”

까미노는 제 인생의 가장 값진 투자였어요.
자신감을 되찾았고, 지금은 작은 브랜드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테판 (독일, 38세, 이혼 후 홀로 까미노)

“결혼생활이 끝났을 때, 저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어요.
누군가의 남편이자 동반자라는 정체성도 사라지고,
‘나는 무가치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죠.

하지만 까미노 위에서
매일 하나씩 극복해내는 경험이
제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들었어요.

어느 날, 너무 지쳐서 포기하려던 찰나
작은 언덕 위에서 본 풍경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햇살 아래 초원이 펼쳐지고, 머플러를 휘날리며 걷는 어떤 순례자의 뒷모습…
그때 생각했죠.
‘내 삶도 다시 걸을 수 있다. 고요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현실과의 연결 – 작지만 실제적인 훈련

까미노는 일상의 회복 훈련입니다.

  • 하루 25km를 걷는 작은 성취,
  •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기 효능감,
  • 타인과 관계 맺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회복,
  • 단절된 자신감의 회복.

도전이라는 건 반드시 거창하거나 위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것도 해냈다'는 작고 분명한 증거를 갖는 것.
까미노는 그 증거를 매일 걷는 발걸음으로 남겨줍니다.

 

왜 까미노라는 도전이 특별할까?

  • 피드백이 즉각적: 걷는 만큼 전진하고, 포기하면 멈춥니다.
  • 결과보다 과정 중심: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 혼자가 아닌 함께: 길 위의 누군가가 늘 도와줍니다.
  • 삶과 연결된 메시지: ‘지금도 이렇게 걷고 있잖아, 그럼 살아갈 수 있어.’

 

기대되는 변화

  1. 무너진 자존감의 회복
    →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믿음
  2. 도전에 대한 두려움 감소
    → “처음엔 힘들었지만, 결국 걸었다.”는 경험
  3. 삶에 대한 태도 변화
    →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용기

 

그 길 위에서 다시 시작하다

도전은 누구에게나 두렵습니다.
하지만 도전은 우리 안의 숨겨진 힘을 깨웁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붙잡고, 다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까미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너, 잘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