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⑨
“그 길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 새로운 인연과 만남이 만들어낸 까미노의 기적 ---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보다 중요한 질문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은 처음엔 외롭습니다.
홀로 걷기 시작했지만,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름 없는 얼굴'을 마주칩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낯선 사람들 덕분에 삶의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까미노는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의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길 위의 만남 – 고장 난 마음, 누군가가 다가와 손을 내밀다
프랑스에서 온 루이즈(61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을 암으로 잃고, 내 삶은 멈췄어요.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고,
나는 나 자신도 부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까미노 5일째 되던 날,
비 내리는 언덕길에서 우산도 없이 걷던 저를 본 어떤 한국인이
말없이 자기 우비를 벗어줬어요.
나는 그 순간, ‘아,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배려받을 자격이 있구나’ 생각했죠.”
그녀는 그 이후 그 한국 순례자와 3일을 함께 걸으며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했고,
“나는 누군가와 다시 말할 수 있구나, 내 말이 가치 있구나”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까미노에서는 이런 만남이 매일, 이어집니다.
말을 걸지 않아도, 그냥 옆에서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합니다.
프랑스에서 온 루이즈(61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들의 만남, 그들의 변화"
정민(30세, 서울)
“나는 사람에 지쳐 까미노에 왔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걷기를 택했지만,
몬테 델 고조에서 다리를 삐끗해 길가에 주저앉아 있을 때
독일인 아줌마가 다가와 나를 부축하고 함께 알베르게까지 가줬어요.
이후 그분과 저녁을 먹고, 눈물 나게 대화했죠.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도 있고,
나보다 더 다정한 사람도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라파엘(45세, 멕시코)
“이혼 후 공허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저녁 식탁에서 함께 웃고, 포도주를 나누며
나는 ‘가정이란 꼭 피로 맺은 것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죠.”
그는 까미노 마지막 날, 함께 걸었던 브라질 여성과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서로를 껴안고 울었고, 이후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왜 필요한가 – 단절된 관계의 시대, '다시 연결됨'이 주는 치유
우리는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단절된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듯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숨결, 체온, 눈빛을 만나본 지 오래입니다.
까미노에서는 그런 **‘진짜 인간적인 접촉’**이 일어납니다.
모두 같은 옷, 같은 신발, 같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같은 알베르게에 눕고, 같은 물집을 걱정하며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마음의 국경선이 지워진다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는 이제 세계 어딘가에 친구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단지 ‘SNS 친구’가 아닌,
정말 마음을 나눈 사람,
서로의 눈물을 본 사람,
이름과 국적, 나이를 넘어선 관계를 의미합니다.
까미노는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합니다.
“우리는 길 위에서 다시 사람을 믿게 된다”
까미노의 진짜 의미는
아름다운 풍경도, 오래된 교회도 아닙니다.
그건 모두 배경일 뿐,
이 길의 중심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과
이 길 위에서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땀을 흘리고, 같은 빵을 나눴던 경험.
그것이 우리를 치유하고, 다시 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