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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⑧

joyskim 2025. 6. 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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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관계를 돌아보고 회복하는 시간

“그리운 이름을 가슴에 품고 걷는다”


누군가와 멀어진 채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한 사람쯤 품고 살아갑니다.
말하지 못한 후회, 미처 전하지 못한 사과,
그리고 더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름.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이름을 잊은 척 살아가지만
어느 날 문득, 길 위에 서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장 멀어졌던 사람입니다.

까미노 순례길은 그런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말없이 걷는 하루가 누군가와의 침묵을 대신 채워주기도 하니까요.

 

단절된 관계 – 우리 모두의 그림자

우리는 때때로 이유 없이, 또는 너무도 뚜렷한 이유로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집니다.
부모, 형제, 연인, 친구…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그 관계는 마음 한켠에 미완의 상처로 남습니다.

하지만 걷다 보면, 그 상처가 조금씩 말을 겁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말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껏 잊히지 않았는지를 말이죠.


마르셀로 (아르헨티나, 45세)

마르셀로는 3년 전, 형과 다툰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형이 암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고,
하지만 도무지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보다, 외면하는 게 더 쉬웠어요.”

그는 까미노를 걷는 동안 매일 밤,
형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내가 다시 돌아가도 될까?”
그는 돌아가 형을 찾아갔고, 다시 형의 손을 잡았습니다.

 

김하영 (전주, 38세)

까미노에 오르기 직전, 하영 씨는 어머니와 1년 넘게 연락을 끊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이 점점 커져 상처가 되고,
상처는 서로를 밀어냈습니다.

하루는 순례길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성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멀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이 내 안에 깊게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계기로 그녀는 마지막 날,
엄마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답장은 단 하나의 문장이었습니다.
“올 줄 알았다.”

 

까미노와 관계 회복 – 왜 이 길에서 시작되는가?

까미노에는 많은 침묵이 흐릅니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매일 20~30km를 걷는 동안,
그 사람과 나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잊고 싶었던 그 말, 하지 못했던 그 말,
천천히 정리되며 하나의 용서 혹은 수용의 형태로 바뀌어 갑니다.

 

왜 필요한가 – 치유는 결국 관계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은 멀어졌지만, 그 관계들이 나를 지탱해왔던 버팀목이었음을
이 길 위에서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가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더 중요해지니까요.


기대되는 변화 –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용기

까미노를 걷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괜찮니?’ 하고 문자를 보낼 용기를 품는 일입니다.
멀어진 이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조심스럽게 관계의 문을 다시 여는 일.

그 문은 어쩌면 예전처럼 완전히 열리진 않겠지만,
조금의 빛만 스며들어도
그 안에 다시 따뜻함이 피어납니다.

 

 

가슴속 그 사람에게

까미노는 말없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지?”
그리고,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어.”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 이름 하나.
혹시 이 길을 걸으며 다시 품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당신의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보세요.
그 길의 끝에서, 당신은 더이상 혼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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