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⑦
실패와 상실을 회복하는 치유의 길
“무너졌던 나를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너짐 이후, 길을 찾는 사람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를 마주합니다.
사랑이 끝나고, 일에서 밀려나고, 건강이 무너지고, 누군가를 잃고…
한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그 날 이후,
아무렇지 않은 척 살다가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바로 그때, 많은 이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립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과, 말없이 함께 걷는 이들 사이에서
“이 삶을 어떻게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묻기 위해서입니다.
실패와 상실 – 우리 모두의 사연
까미노(Camino)는 특별한 사람들만 걷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에는 파산 후 빈손으로 출발한 중년 남성,
이혼의 아픔을 품은 여성,
아이를 잃은 부모,
중병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이들까지…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평범한 이들’의 발자국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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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 엘리자베스(Elizabeth, 48세)
3년 전, 그녀는 남편과의 23년 결혼 생활이 끝났습니다.
성인이 된 두 아이는 각자의 삶을 살고,
오랜 직장도 구조조정으로 나가야 했죠.
고요해진 집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텅 빈 사람’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40일간 나폴레옹 루트를 걸으며
아무도 자신을 몰라보는 길 위에서 울고 웃고,
하루에 한 걸음씩 삶을 되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였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아가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국인 30대 남성 강지훈 씨의 고백
IT 스타트업 대표로, 3년간 정신없이 달려오던 그는
갑작스러운 투자 실패와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회사가 무너졌습니다.
그는 “세상이 끝났다고 느꼈다”고 했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까미노에 올랐고,
그는 말합니다.
“하루 25km씩 걷다 보면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그저 숨 쉬는 것, 밥 먹는 것, 걷는 것에 집중하게 되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끝난 게 아니라고.”
순례 후 그는 회사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책방을 차리고, 매일 걷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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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의 연결성 – 이 길은 피난처가 아닌 시작점
까미노는 현실을 잊는 도피의 길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상처를 끌어안고,
그 고통을 곱씹으며
‘이제는 다시 살아보자’ 다짐하는 시작의 길입니다.
여기서는 아무도 당신이 왜 우는지 묻지 않습니다.
당신이 몇 번 실패했는지도,
무엇을 잃었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이 다시 일어섰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고통을 치유하는 걷기의 힘
걷는다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몸의 리듬과 마음의 속도가 서서히 일치할 때
우리는 복잡한 마음을 하나씩 정리하게 됩니다.
혼자 걷는 길,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서히 상처를 덜어냅니다.
기대되는 변화 – 삶을 다시 품는 용기
까미노는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받아들이고, 나를 용서하고, 다시 삶을 선택할 용기를 줍니다.
“난 아직 괜찮다”는 말이
진심으로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
우리는 더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 길의 끝에서 마주한 나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상실은 삶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입니다.
까미노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이 길을 다 걸었다는 건, 너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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