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⑥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는 모험"
– "내 안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어요"
가끔은 그저 기계처럼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잠들고.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한때 그렇게 뜨거웠던 **‘무언가’**는 점점 사라집니다.
“나,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그 마음. 까미노 위에서는 참 많이 듣게 됩니다.
열정, 그것은 한때 ‘내 전부’였던 것
누군가 말했습니다.
“어릴 땐 그림을 안 그리면 손이 근질거렸어요.
근데 지금은 스케치북을 꺼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요.
그림을 그리는 건 아직 좋아하지만,
뭔가... 그냥 끝난 느낌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것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단지 시간이 지나서일까요?
아니면,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요?
까미노, 다시 시작하는 작은 불씨
까미노는 단순한 길이 아닙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사람들은 묻고, 듣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갑니다.
아무 말 없이 걷던 어느 날,
걷는 속도가 비슷해 자연스레 동행하게 된 순례자 마크(Mark, 42, 캐나다)는
갑자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요리사였어. 요리가 내 인생이었고,
미친 듯이 일했지.
근데 어느 날, 손에 칼을 쥐는 게 무서워졌어.”
그는 병원 신세를 진 뒤, 주방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다시 요리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아니,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돌아온 거야.”
그는 눈을 반짝이며, 작은 알베르게 부엌에서 순례자들과 저녁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단순한 파스타였지만, 그날의 그 식사는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이 길은 내 안의 불을 다시 피워줬어요”
또 다른 순례자, 루시아(Lucia, 35, 이탈리아)는 무용수 출신입니다.
공연계에서 활동했지만, 코로나 시기 이후 마음이 꺾였다고 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무대가 멈췄어요.
다시 시작되었을 땐,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죠.
그래서 도망치듯 떠났어요.
걷고 싶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데서 리셋하고 싶었어요.”
루시아는 매일 밤, 조용한 성당 앞에서
헤드폰을 낀 채 혼자 춤을 추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기도처럼 보였습니다.
“이젠 다시 무대를 서보고 싶어요.
두렵긴 하지만, 까미노가 내 마음을 다시 열게 해줬어요.”
그녀는 피니스테레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며 마지막 춤을 췄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울었다고요.
잃어버린 열정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까미노는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는’ 모험입니다.
그것은 어디 도망친 게 아닙니다.
단지 내가 너무 바빠서, 너무 지쳐서,
잠시 돌보지 못했던 나의 일부일 뿐입니다.
걷는 동안, 문득 떠오릅니다.
‘아, 이게 좋았었지.’
‘예전엔 이걸 하면서 하루가 금방 갔었는데.’
그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다시 해볼 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