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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까미노를 생각하는가? ⑤

joyskim 2025. 6. 1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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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

 

우리는 매일 수많은 소리와 정보 속에서 살아갑니다. 스마트폰 알림, 업무 지시, 대중교통의 방송, TV와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끊임없는 콘텐츠들. 그 사이에서 진짜 ‘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나 자신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수많은 이들이 ‘고요’ 속에서 다시 자신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일상에서는 늘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직장에서의 나, 가족 안에서의 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나. 그러나 까미노에서는 그 모든 역할이 내려집니다. 걷고, 숨 쉬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 다른 기대나 역할이 없습니다.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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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41세, 교사)은 서울에서 수십 명의 학생과 부모,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항상 ‘강한 선생님’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여름, 까미노에 오른 그녀는 눈물로 시작해 침묵으로 걸으며 비로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존재’가 아닌 ‘그저 나 자신’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는 “조용한 숲길에서 바람 소리를 듣는 순간, 내 안에서 아주 오래된 외침이 들렸어요. ‘나 좀 봐줘, 나 여기 있어’라는….”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 온 토마스(35세, IT프로그래머)는 “도시에선 늘 빠르게 움직이며 성과를 만들어야 했지만, 이 길에선 처음으로 하루하루를 목적 없이 살아봤다. 그런데 그게 정말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순례 중 휴대폰을 꺼두고 오직 종이 지도와 자신의 직관만으로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나중엔 자유로웠다”고 회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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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는 ‘디지털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부 소리에 지배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진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죠. 그러나 진정한 변화와 회복은 고요 속에서 시작됩니다. 까미노는 그 ‘고요함’을 연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소음 속에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싫은지조차 남의 의견에 묻히기 쉽습니다.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소리를 끄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까미노는 그 ‘내면의 귀’를 다시 열어주는 길입니다.

 

까미노를 다녀온 많은 순례자들은 일상의 선택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경험이 큰 변화였습니다.

 

우리 삶엔 고요가 필요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고요를 경험하게 해주는 드문 기회입니다. 그곳에서는 바람 소리, 발걸음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립니다. 당신도 그 고요 속에서 다시 나를 만날 준비가 되셨나요?